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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나들이 | 비영리·공익서점 1호, 8년째 운영 중!책방이음
박혜강 기자  |  graceriver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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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승인 20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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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1번 출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책방’으로 열린 공간이 있다. 계단에서부터 단순한 서점 기능만 하는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포스터와 한눈에 보는 서양철학사 지도, 극단 ‘목요일 오후 한 시’의 즉흥연극 일정이 눈길을 먼저 사로잡았다.

그 이름은 ‘책방이음&갤러리’. 역사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2005년, 예술인문서점 ‘이음아트’가 4년간 고전 끝에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이곳을 드나들던 현 이음지기(조진석 대표)가 책방을 이어가기로 한다. 주목할 점은 개인이 운영하던 성격을 비영리·공익서점 형태로 전환하기로 한 것. 2009년, ‘책방이음’으로 다시 태어난 공간은 시민단체 ‘나와우리’의 성격과 책방이음의 운영을 결합시켜 소유 구조와 운영 방식을 변화시키며 첫 발을 내딛었다. 조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서점이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고, 서점이 영리 사업으로서 생존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면서 책방이음의 역사를 설명했다.

   
▲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옥바라기〉展.

비영리·공익서점으로서 이음의 특징은 회원 구조와 사회 환원에 있다. 책을 구매하는 잎새 회원이 11,500명,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줄기 회원이 연 200명 정도 된다. 1년간 매주 한 번씩 자원봉사활동을 했다는 전한솔 씨는 “우스갯소리로 자원봉사자는 올 때마다 일이 다르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한다.”고 말한다. 공간 청소, 도서 등록, 서가 정리, 안내판 및 현수막 제작, 엑셀파일 정리 등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그야말로 이음 곳곳에 닿아 있었다. 그밖에도 직접적인 후원을 하는 뿌리 회원과 공간 및 사업 목적에 후원하는 출자 회원이 있다. 운영 주축을 이루는 이들의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되는 건 기본이다.

사회 환원은 재정 후원과 공간 후원 등으로 이루어진다. 전시가 사회적 이슈를 다루거나 공공미술에 관한 것이면, 책방 안쪽 갤러리를 무료로 제공한다. 작은 출판사 특별전 등을 통해 책을 알릴 기회를 제공하고, 4곳의 도서관에 물품 및 소정의 금액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는 “출판계 전체가 상생해야 모두에게 비전이 있다”는 조 대표의 생각 때문. 그는 “상품으로서의 책이 아닌, 공공재로서의 책의 성격을 확립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 비영리·공익서점 책방이음의 뿌리 회원제도 안내판.

책방이음은 인문·사회·자연·예술 분야의 책들을 주로 다룬다. 구석구석 들어선 책장 칸칸마다 간단한 분류가 붙어 있고, 벽 끝 서가에는 그림책도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매대 위 책을 구경하던 군인 조 모씨는 “휴가 중 들렀는데, 학교 다닐 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와서 책을 보곤 했다.”며 “자주 방문하면서 지기님과 고민거리도 나눌 수 있는, 특별함을 안겨주는 서점이 되었다.”고 했다.

이음의 특별함은 각종 모임에서도 진가가 드러난다. 정부에서 선정한 불온도서 읽기, 환경단체와 함께 하는 환경고전 읽기, 프랑스 혁명 읽기 등의 모임이 생기는가 하면, 촛불 정국을 생각하며 《맹자》를 읽기도 한다. 조 대표는 3년간 함께한 《논어》 읽기와 5년간 진행된 펭귄클래식 세계문학 읽기를 기억에 남는 모임으로 꼽았다.

도서 판매량 감소, 침체된 경기, 누적된 피로도 등으로 인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다는 그는 “국가가 서점의 공익·공공성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힘든 상황이지만, 개개인의 고민과 연결된 사회적 이슈들을 논의하는 장이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잇는 공간으로 ‘이음’은 계속 남을 생각이다.

엄마 뱃속부터 찾은 이곳에서 돌잔치와 걸음마를 익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책방 열기를 잘 했다고 느꼈다는 조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 근처에 이런 곳이 하나씩만 있어도 사회가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다양한 영역의 비영리·공익서점들이 생겨나 유의미한 목소리들이 연대의 꽃을 피우는 일이 많아지기를 또한 바라는 바다.

 


내 인생의 책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사진)는 중학생 시절 읽었다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인생책’으로 꼽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지혜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의 손에 들어온 《무소유》는 1972년 〈동아일보〉에 실린 법정 스님의 수필을 범우문고에서 문고본으로 낸 것이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핵심을 전달하는 책의 형식 또한 마음에 들었다고.

   
 

2010년 임종을 앞둔 법정 스님이 ‘말빚을 가져가지 않겠다’는 의미로 자신의 출판물을 절판 선언하자, 《무소유》를 사재기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두고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잘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 조 대표는 “소유 욕망이 치솟는 현 시대에 무소유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갖자’는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는 그는, “무소유하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무소유를 중요한 책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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