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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의 BOOK 처방전 |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당신에게나는 지하철입니다
박은정 독서심리전문상담사  |  bookplus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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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호] 승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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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 글·그림, 문학동네어린이

어느 날 선 채로 밥을 먹던 당신이 물었습니다. “도대체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게 뭐지?”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멍 했습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교과서 같은 대답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어제와 같은 게 얼마나 소중한 건데.” 당신의 마음에 씨알이나 먹혔을까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기력에 빠지곤 합니다. 연일 쏟아지는 믿기 힘든 기사들을 마주하고도 그저 스크롤바를 톡톡 움직이며 또 다른 기사를 찾아 헤맬 뿐입니다. 머릿속으론 일탈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와 모니터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조금의 위안, 일말의 기쁨을 준다는 것이 위시리스트 항목에 숨겨둔 물건 사기 정도가 아닐까요? 아니면 치킨과 맥주를 안주 삼아 수다 떨 약속에 상기된 마음을 느껴보는 정도?

혹자는 이런 무기력이야말로 책임감과 불안감에 짓눌려 엄혹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부작용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듯 닮은 일상으로 당신을 초대해 볼까 합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까봐 두려운, 기계적인 일상에 지쳐있는 당신을 위해 지하철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하철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손전화기를 만지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뉩니다. 비율은 대체로 5:2 정도입니다. 그 중 두세 명은 이어폰을 끼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앞에 서있는 사람의 짐은 많은지 어쩐지 살펴볼 틈이 없습니다. 솔솔 타고 오는 시큼한 냄새는 무엇인지, 우는 아이 목소리는 어디쯤에서 들려오는지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달리는 지하철은 알고 있지요. 오늘도 학원에서 시달리고 들어오는 나윤이의 축 처진 어깨를요. 다음 칸에 희망을 걸고 가는 장갑 파는 공철 아저씨의 머쓱함을요. 올해로 스물아홉 살이 되는 취업준비생 도영 씨의 막막함과 신발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구두 수선하는 재성 아저씨의 모처럼의 외출로 부려보는 여유를요. 재성 아저씨는 오랜만에 손바닥만 한 작업장을 나와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신발에만 눈길이 가네요.

그림책을 열면 하염없이 펼쳐질 것 같은 한강다리 위로 지하철이 달려갑니다. 그리고 컴컴한 터널을 통과하며 무심히 걷고 뛰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오며 지하철은 말합니다.
“이 길 마디마디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라고요.

언젠가 당신이 말했습니다. “어째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고 이러냐.”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순환 지하철만 하겠어?” 그러면 무슨 말인지 모를 당신이 눈을 크게 뜨겠지요. 저는 지겹도록 성실한 지하철의 이야기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슬며시 내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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