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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나들이 | 오래 이어갈 공간 꿈꿔요프루스트의 서재
박혜강 기자  |  graceriver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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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호] 승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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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금호동2가, 언덕길을 오르다 숨을 고를 때쯤 빨간 벽돌이 보인다. 눈에 띄는 건 정사각형의 까만 간판. ‘프루스트의 서재’라고 또렷이 쓰인 글자가 환한 빛을 내뿜는다.
2015년 1월에 문을 연 프루스트의 서재는 중고 서점에서 4년, 대형 서점에서 7년간 책 다루는 내공을 쌓은 박성민 대표가 2년여 준비 끝에 탄생한 공간이다. 오랜 기간 서점에서 일했던 그는 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시간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시간을 ‘되찾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직접 서점을 꾸렸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마들렌을 적셔 먹으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행복한 기억으로 인도하는 매개체가 그에게는 ‘책’이었던 셈.

책방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박 대표는 지속 가능한 조건과 공간을 찾다가 살던 동네에 터를 잡았다. 갖고 있던 책으로 시작한 책방에 중고책을 들여놓고 소규모 출판물과 신간의 비율도 서서히 늘려갔다.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는데, 주로 소규모 출판물이 하루에 두세 건 정도 나간다고 한다.
책방 한쪽에는 미등록된 중고책이 천장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오랫동안 중고책을 다뤄온 박 대표는 ‘중고책의 성격’을 어떻게 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 번이라도 본 책은 늘 다시 사고팔 수 있는 성질을 가졌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헌책방에서는 여러 기준을 토대로 그 책이 받을 수 있는 금액 이하로 구입을 해야 책을 팔 수 있어요. 내가 본 책을 저렴한 가격에 넘겼을 때, 다른 이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 책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단지 ‘제값 받기’에 치중하게 됩니다.”

   
▲ 해가 질 무렵 프루스트의 서재 모습. 간판 만드는 일을 하시는 박 대표의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주신 책방 간판.
   
▲ 까맣고 순해서 ‘까순이’라고 불리는 호기심 많고 사람 좋아하는 책방 고양이.

이어 헌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온라인 중고 서점이 처음 생겼을 때 책값을 잘 쳐 주었고 사람들은 이에 호응했다. 하지만 서점이 책을 비싸게 구입했다면, 중고 가격도 올라가는 법. 다른 중고 서점들도 점차 가격을 맞추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헌책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이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중고책 시장에서 매입을 안 하는 책들이 늘어나면서 보존 가치도 사라진 채 폐지로 전락하는 책이 생겨난 건 당연지사.

얼마간 적자를 감안하고 문을 연 프루스트의 서재는 3년차인 지금까지 임대료 밀림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시기상 운이 좋았다는 그는, 동네 서점이 잘 유지되려면 지속적인 책 판매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도서관에서는 유령 서점이 아닌 제대로 된 지역 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프루스트의 서재는 차분히 그 존재를 확장 중이다. 우선, 박 대표가 책방을 열고 1년간 기록한 일기를 모아 《되찾은 시간》이라는 책이 탄생했다. 책방을 열고 싶은 사람 및 다른 책방과의 소통도 조금씩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낭독 모임을 하는데, 지금은 《언어의 온도》를 함께 읽고 나눈다고. 책을 안 읽던 사람도 지나가다 들려서 책을 추천받는가 하면 동네 꼬맹이들도 간혹 나타난다. 동네 책방에서 주인의 역할을 묻자 “이 공간이 편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2017년 프루스트의 서재는 더욱 특별해질 예정이다. 출판사 등록 후 수제로 책을 만들려는 계획이 그 중 하나. 책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박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하나씩 만들어 재고가 남지 않는 책을 제작해 볼 생각이다. 두 달 전부터 함께한 길고양이 ‘까순이’도 책방 마스코트로 부상하며 매력을 더하는 중이다.

“이 자리에서 책방을 오래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나중에 왔을 때도 이전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을 꿈꿉니다.”

소박한 따뜻함이 가득 묻어나는 이 공간이 박 대표의 바람처럼 금호동의 터줏대감으로 굳건히 자리하기를. 책이 이어준 사람들이 다녀간 소중한 시간과 기억이 보존되는 곳이 되기를 소망한다.

 


내 인생의 책

박성민 대표(사진)의 ‘인생책’은 마루야마 겐지의 초기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 《좁은 방의 영혼》이 차지했다. 1996년 7월에 나온 이 책은 2006년 6월 《여름의 흐름》이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절판된 상태다.

   
 

이 책에는 고독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사유가 담겨 있다. 박 대표 역시 책을 읽으며 ‘언젠가 글을 쓰게 된다면 이런 글을 써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고. 20대 초반에 읽은 후 갖고 있던 《좁은 방의 영혼》은 중고책으로 팔았고, 그 후 출간된 《여름의 흐름》은 절판이 되어 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절판된 책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중고로 구입하려 했으나 가격이 매우 올라간 상태라 망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이 근래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중고책을 찾아 구입을 했다고 한다. 다시 만난 그의 ‘인생책’은 프루스트의 서재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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