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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 비밀의 정원 | 빛이 어둠 몰아낼 때, 다시 책을 펼친다
목수정 작가  |  bookplus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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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호] 승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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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어느 날, 비와 김태희의 결혼 소식은 겨울 밤 내린 눈처럼 조용히 세상에 내려앉았다. 그 위로 이재용 체포영장 기각 소식이 덮였다. 분노의 우박들이 며칠간 우수수 떨어졌고 그 속에 둘의 결혼 소식은 까마득하게 묻혀 버렸다. 선남선녀의 결합을 둘러싼 자잘한 에피소드와 그들을 결혼이란 의식 너머로 보내는 팬들의 심경 토로라는 절차는 서둘러 마무리 되었다. 톱스타들의 결합이라는 뉴스가 차지하는 이 사소한 존재감이 새삼 우리가 얼마나 짧은 시간에 다른 시대로 접어들었는지 기분 좋게 환기시켜 주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 드라마 주인공이 내뱉은 대사들로 채워지던 인터넷 포털뉴스들을 보던 게 불과 지난해의 일이다. 나의 구질구질한 인생은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저들의 화려하고 극적인 인생에 일희일비하도록 세상은 잘 조율되어 있었다. 언론의 적극적인 활약 덕에 국민들의 가장 흔한 여가 활동이 연예인 사생활 훈수 두기가 되는 현상은 불가항력적으로 긴 세월 동안 조장, 방치되어 왔다.

지금, 연예 기사가 들어차던 그 자리를,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 정유라, 박근혜, 조윤선, 우병우, 장시호 등이 채우고, 때로 김경숙, 고영태, 조의연 같은 조연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뉴스 지면을 채운다. 이들이 단지 연예인들을 대체한 또 다른 저 너머 세상의 인물들이 아닌 것은, 그들을 국회의 증언대에, 법정에, 감옥에 세우고 있는 주역들이 바로 촛불을 든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분노와 격려가 물결 되어 해변으로 밀려오고, 그것은 바위를 때리고 해안을 덮치며, 세상을 격렬하게 움직인다. 특검과 판사들, 국회와 언론은 이제 촛불 시민이라는 새 주인을 떠받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주역이 되어 만들어내는 이 대하드라마가 전개되는 한, 당분간 책은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과 주장이 들린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명박근혜 집권 9년. 이성과 상상력이 무기력해지고, 의미를 상실하던 그 시절, 우린 분명히 책을 덜 읽게 되었다. 특히 박근혜 시절에 들어서서 반이성·반지성의 기류가 세상에 꾸역꾸역 들어차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나 어둠을 향해 싸우던 빛이 반격을 시작하고, 마침내 그 짙은 어둠을 모두 삼켜버리기 직전에 서 있는 지금, 우린 다시 단단한 지성과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전투 중엔 책장을 넘길 시간이 없지만, 그 전투가 마무리 되어가고 새 날을 건설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우린 최대한 지혜를 모으고,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그 때 우린 부지런히 세상의 모든 멋진 생각들을 바로 책 속에서 구하고, 우리의 집단지성을 극대화시키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내 손을 이런 저런 이유로 거쳐 간 책들만 해도 10여 권에 육박한다. 모두가 새 세상을 위한 주춧돌은 무엇이 될 것인지, 어떻게 우린 그 주춧돌들을 모아 새 집을 지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책들이다.

발목이 푹푹 빠질 만큼 눈이 세상을 뒤덮어도, 여전히 광장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분노할 일들은 마음 속 횃불에 계속 기름을 퍼부어준다. 우리의 행동하는 집단지성은 이제 분노라는 연료뿐 아니라, 지성과 상상력, 영감과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남다른 균형감각과 인간미, 유모어와 지성을 뽐내던 오바마란 남자가 백악관을 떠나며 한 말을 떠올려 본다.

“백악관 생활에서 생존하게 한 힘은 바로 독서에 있었다. 매일 잠들기 전 한 시간씩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었다.” 내일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는 그 누구에게도 같다.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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