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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듯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너의 이름은.
조나희 영화 전문 프리랜서  |  bookplus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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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호] 승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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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꿈인 걸 알았으면 조금 더 꿈꾸고 싶었다.”
일본의 고전시 「고킨와카슈」의 한 구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차세대 재패니메이션의 선두주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의 출발점은 이렇다.

몇 년 전, ‘광고’를 만들라 하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곤 하던 그가 일본 학습지 ‘크로스로드(CROSS ROAD)’의 광고 제작을 맡는다. 그리고는 거의 실사에 가까운 세세한 묘사와 세련된 색감을 담은 ‘고’퀄리티의 예술적인 광고를 만든다. 보고 있자면 저절로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상미의 1분 남짓한 영상은 광고도 ‘신카이 마코토가 하면 다르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평소 좋아하는 고전시 한 구절과 접목시켜, 보고 있자면 마치 예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속 두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는 얘기한다. 무엇 때문인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고 있다고 말이다. 전작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을 본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 흔히 말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가 좋아하는 10대 소년소녀의 첫사랑 이야기에, 최근 꽤나 사랑받는 ‘영혼 체인지’ 소재까지 더했다. 각박한 현실에 지치고 힘든 관객들이 잠시나마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처럼 <너의 이름은.>은 ‘희망’을 보다 희망차게, 맑고 깨끗한 감성으로 이야기한다. 만약 이 영화를 ‘보이 미츠 걸(Boy meets girl)’ 타입의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아직 극장을 찾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가서 보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영화는, 감독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혔듯,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세월호 사건도 녹아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재난’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순간에 마을이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이 살아있다면’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그리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Happily ever after)의 뻔하디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의 일반적 패턴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는, 보통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다르게, 영화가 먼저 그리고 소설이 나중이다. 본인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도 감독이 직접 집필했다고 하는데, 영화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시도는 영화의 주제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팬이기에 음악 작업을 부탁하게 되었다는 일본의 인기 밴드 래드윔프스(RADWIMPS)가 영화 스크립트를 읽고 작곡한 음악을 듣고는, 보통의 경우와는 반대로 음악에 맞춰 연출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너의 이름은.>은 흔히 말하는 영화적인 ‘패턴’을 조금씩 비껴간다. 원작 소설 속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인, 마치 서울의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연상시키는 대도시 도쿄 소년 ‘타키’와 “다음 생에는 잘생긴 도쿄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비는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 소녀 ‘미츠하’는,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다.
“그 날, 별이 무수히 쏟아지던 날. 그것은 마치 꿈속 풍경처럼 그저 한없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어른이 된 현재의 타키와 미츠하의 출근길 모습을 보여주는 몽타주 장면 다음에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에서 고등학생 타키는 도쿄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카메라는 고속으로 그를 비추다가 나아가 미츠하의 마을을 보여주고, 미츠하가 뒤돌아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저 ‘한없이 아름다운’ 광경을 빠른 카메라워크를 통해 파스텔톤의 색감과 세세한 묘사로 담아낸 오프닝 장면은 간접적으로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이어짐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감독은 우리가 무의식중에 아무 생각 없이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사실은 무언가 원하거나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무의식중에 서로를 그리고 있음을 보여주며, ‘절대’ 만날 리 없는 두 사람이 ‘반드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을 감독은 과감히 생략한다. 대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는 그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는 두 사람의 운명에 관한 서사에 치중하기보다 둘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 가는지, 그리고 평범한 둘의 특별한 인연이 어떻게 희망을 실현하는지에 집중한다.

한편 영화는 후반부에서 다시 또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바뀌지 않게 된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천 년 만에 다가오는 혜성과 지구의 충돌로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 마을은 마을 주민 모두가 죽고, 마을 전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다. 3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미츠하의 기준에서 미래를 살아가는 타키는 그 사실을 발견하고 마지막으로 기도한다. 마을을 살려 달라고. 영화는 힘들고 지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도 ‘그저 한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게 바보 같은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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