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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의 HotMap | 실컷 울 수 있도록 마음 내어주세요
노경실 작가  |  bookplus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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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호] 승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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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

요즘 애들이 이해가 안됩니다.

노경실 작가님.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강연하실 때, 참석했던 저는 중2 딸을 둔 엄마입니다. 요즘 중2들은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해도 다 이해와 용납받을 특권이 법적으로 완전보장된 것처럼 행동합니다. 제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일 한 마디도 안 해서 제 가슴이 산산조각 터질 정도가 되거나 모든 말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하는 바람에 제 가슴이 불속에서 활활 타버리곤 하죠. 또, 심한 비속어나 자기들끼리 통하는 은어로만 말해서 제 마음을 온통 갈기갈기 찢어 놓기도 합니다. 도대체 요즘 애들은 머리로 생각이라는 걸하고 살까요? 자기들은 그저 공부만 하면 되는 세상 편한 팔자들인데 왜 이렇게 부모를 괴롭히는 걸까요? 이런 아이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 서울 성동구에서 **의 엄마가


 답장

**의 어머님께

메일을 읽는 내내 어머님의 괴로운 마음이 뜨겁게(?) 전해졌습니다. 오죽 속상하고 화가 오르면 ‘내 가슴이 불속에서 활활 타버린다’고까지 표현하셨을까요!
문득 작년 12월, 인터넷을 통해 들은 P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P 목사님은 인천과 화성, 안산 등 경기도는 물론 서울에서도 노숙자를 섬기는 분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헌신을 하시지요. 그런데 하루는 어느 노숙자가 목사님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평소에도 식사만 하고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사람이었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스스로 찾아온 것이라 목사님은 놀라며, 어쩐 일이냐고 물으셨죠. 노숙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목사님, 실컷 울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은 그 사람을 껴안고 울며 기도하며 한참을 함께 했다고 하는 이야기에 나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지요. 노숙자라면 눈물이 다 말라버렸을 것 같은데… 노숙자라면 길거리나 골목 어디서나 마음대로 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노숙자라면 눈물 따윈 잊고 살 것 같은데…. 그런데 가슴이 얼마나 아프고 쓰리며 외로웠기에 실컷 울고 싶어서 찾아왔을까요! 상담도 아닌 그저 울려고 말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느 모임의 중학생들에게 전해주고는 ‘나는 언제 실컷 울고 싶었나?’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말로 잘 하지 않는걸 알기에 10가지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의 응답을 기다렸지요 12명의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의외로 진지하게 설문지를 채워나갔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 12명 모두 실컷 울고 싶을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 12명 모두 실컷 울 데가 없다고 했습니다.
- 12명 모두 껴안고 울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 그러면서도 12명 모두 자기가 우는 모습을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느 상황에서 울고 싶었는가? 라는 질문에는 다양하면서도 어찌 보면 같은 이유가 나왔습니다.

- 무슨 일로 오해를 받았을 때.
- 어떤 일로 억울한 입장이 되었을 때.
- 아무리 설명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 내 마음을 몰라주고 함부로 판단하고 말할 때.

결국은 이러이러한 일들로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고,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라는 것이지요.
그럼 나를 그렇게 울게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사실, 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제일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모> 선생님> 친구> 형제> 순이었습니다.
겨우 12명의 의견이지만 깜짝 놀랐습니다. 15년밖에 인생길을 걷지 않은 아이들이나 5, 60년 살아온 어른들이나 너무도 같은 마음이라서 그렇지요. 또,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노숙자까지도!

나는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몇 살 정도는 되어야 다른 사람 때문에 울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울리지 않을까? 마음 놓고 안겨서 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마음 놓고 내 앞에서 또는 내 품에서 울려고 찾아올까?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하게 된 점은 ‘펑펑 울 일이 사라질까?’

그런데 어머님의 편지를 읽고 그 12명의 아이들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들처럼 어머님의 딸도 가슴에 그득한 눈물호수가 터질 듯한 상태가 아닐까요? 그래서 언제고 아니, 이왕이면 하루빨리 자녀를 품에 안고 그 아이가 마음 문을 열고 눈물을, 고민을 둑이 터지듯 다 쏟아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권합니다. 어른 눈에 일 같지도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미쳐버릴 것 같은 고통일 수도 있으니까요.

 


청소년 MapBook

   
 

십대마음 10大공감 | 김미경·이수정·지현남 글, 찰리북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 | 리안 쇼 글, 뜨인돌

마음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친밀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intimacy(친밀감)’는 into-me-see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 마음을 들여다 봐. 또는 내 마음을 알아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것은 결국 네 마음을 보여줘,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십대마음 10大 공감》은 아이들이 그들의 마음 이야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현장 교사들의 증언(?)을 통해 들려준다.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은 저마다 깊은 슬픔 속에 있는 두 친구가 서로에게 마음놓고 고통과 아픔을 털어놓게 되면서 내면과 삶의 치유를 받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뭐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부모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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